출처 : http://mlbpark.donga.com/mbs/articleV.php?mbsC=mlbtown&mbsIdx=382150&cpage=&mbsW=&select=&opt=&keyword=
너무 좋은 칼럼이 있어 번역하였습니다. 전설의 아라스님, 승훈이형이 the Players Tribune 기사를 소개해 주었구요, 내용이 너무 좋아 오늘 더블헤더 + 이제 의자에 앉지 마라는 의사권유 모두 무시하고 옮겼습니다.
[The New Kid]
새 학교에서의 첫날이었다. 다만 한가지,
‘새 학교’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였다.
내가 빅리그로 막 콜업을 받았을 때였다. 나는 뉴욕 씨티필드의 원정팀 클럽하우스 안으로 걸어들어갔다. 당신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; 무릎은 후들거리고, 속은 울렁거리며 – 매 발걸음이 어색하고 신경 쓰인다.
나는 막 전학 온 신입생(the new kid)이었다.
난 빅리그 팀의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다. 사실 보통은- 빅리그 데뷔를 하는 선수쯤 되면, 이미 스프링 캠프에서 안면이라도 튼 선수 몇몇쯤은 있는 것이 보통이다. 하지만 나는 아니였다. 나는 2012년 18라운드에 지명된 선수였다.누구의 탑 리스트도 아니었다는 말이다. “야, 저 신참은 누구야?”라는 질문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랄까. 겨우 싱글A에서 한 시즌을 보낸 나는 2014시즌 스프링 트레이닝 전부를 마이너 리그 캠프에서 보냈었다.
당연하게도 내가 클럽하우스 안으로 들어섰을 때, 나는 완전히 이방인이었다.
내가 말했듯이: 막 전학 온 신입생처럼.
하지만 놀랍게도 난 내 라커를 찾아냈다 – 내 이름이 새겨진 바로 내 라커를 버스터 포지와 범가너의 라커가 있는 바로 그 방에서 – 그리고 헌터 펜스가 내 옆으로 불쑥 다가왔다. 펜스는 자신을 소개하며, 나와 악수를 했고, 축하의 말을 건넸다. “Hey, man,” 그가 말했다. “너도 저기 나가서 경쟁해야 된다고, 좀 더 공격적일 필요가 있어”
그 다음 펜스가 한 말이 나를 휘감았다.
“We need you, man. Let’s go!”
난 이제 막 더블A에서 올라온 23살 완전한 무명이었다. 하지만 헌터 펜스가 방금 나에게 다가와 말한 것이다, ‘이 사람들이 내가 필요하다고’. 더군다나 ‘이 사람들’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들이다. 모든 게 믿기지가 않았다.
하지만 난 곧 알게 되었다. 이 믿기지 않는 방식이, 바로 자이언츠의 방식이라고. 헌터 펜스와의 대화는 곧 나머지 팀원들로부터의 축하악수, 자신감을 북돋아주는 격려인사들로 이어졌다: 버스터, 브랜든 크로포드 같은 선수들을 포함한 모든 이들로부터 말이다. ‘크게 크게 플레이해’ (Play Big), 그들은 말했다. ‘자, 몇 경기 이기러 가볼까’, 같은 말과 함께. 아직 자신의 데뷔전을 생생히 기억하는 더 젊은 선수들은 말했다- 상대 선수들 등에 적혀 있는 이름에 신경 쓰지 말라고.
아, 그리고 한가지 조언을 더 해주었는데, 그것은 - ‘절대 위를 쳐다 보지마’. 이게 무슨 뜻일까? 자, 마이너 리그 구장들의 관중석은 보통 일층이다. 몇몇 정말 좋은 마이너 구장들은 2층 관중석까지 있다. 하지만 3층은 절대 없다.
“위를 쳐다 보지마”
하지만 내가 처음 한 행동은 위를 쳐다보는 것이었다.
내가 씨티필드 구장에 타격 연습을 하러 간 날이었다. 나는 위를 봤고, 위를 봤으며, 또 위를 쳐다보았다. 끊임없이 이어진 관중석이 끝이 없어 보였다.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. 사실, 그렇지 않을 도리가 있는가? 나는 일년전만 하더라도 싱글 A에 있던 선수였다. 팬의 입장이 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.
그 시리즈의 3차전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. 상대투수가 바톨로 콜론이었던 것이다. 난 롱 비치에서 당시 에인절스 선수였던 바톨로 콜론의 경기를 보며 자랐다. 그를 동경하면서. 그가 사이영상을 타는 것을 보면서. 그래서 그날 마운드에 오른 콜론을 눈앞에서 봤을 때, 내 머릿속은 “사진이라도 한 장 찍을까?”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, “어떻게 저 선수를 꺾을까?” 같은 생각을 하지 못했다.
당연하게도, 나는 콜론을 꺾지 못했다. 그날 5타수 무안타 – 마치 한명의 팬이 타석에 들어선 것처럼.
다음 원정길은 밀워키였다. 그날 저녁 팀 동료들이 저녁을 사 먹으로 나갔는데, 나를 데리고 가줬다. 그리고 그들은 나를 이탈리안 부모님처럼 챙겨줬다: ‘이거 먹어! 저것도! 너 너무 말랐다! 먹고 싶은 거 다 시켜!’ 나는 그날 집중관심 대상이었다 – 좋은 쪽으로. 다른 몇몇 팀에서 있다고 들었던 신참 골려먹기나 조롱 따위는 없었다. 루키선수로써 내 유일한 심부름은 비행기에서 호텔행 버스로 맥주를 옮겨 싣는 것이었는데, 난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.
오래 지나지 않아 나는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다. 이 대선수들이 나에게 베푸는 모든 것이, 단순히 이 선수들이 사람이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는 것을. 그것은 바로 자이언츠 구단이 성공하는 진정한 비밀: 어린 선수들이 빅리그의 생활에 빠르게 적응하는 비결이라는 걸. 2010년 월드시리즈 팀의 주전포수 자리를 루키 버스터 포지가 잡는 것. 작년 월드시리즈에서 루키 조 패닉이 2루 자리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이는 것. 루키 크리스 헤스턴이 올해 노히터 경기를 던지는 것. 이 모든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니다. 이것은 하나의 패턴이다. 이런 패턴은 우연히 생기지 않는다.
나도 이 패턴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. 그래서 나는 본격적으로 덤벼들기 시작했다. 이제 팬심은 없다 – 학습만이 있을 뿐이다.
나는 버스터 포지가 큰 승부처에서 삼진을 당한 뒤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것을 지켜봤다. 그는 단 한번도 욕설을 하거나 뭔가를 집어던지지 않았다. 대신 무서울 정도로 침착했다. 난 이것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: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하는 것, 그리고 그 실패에서 배워나가는 것이 얼마나 큰 과정인지를. 똑똑한 선수가 어떻게 결과가 아닌 과정에 집중하는지를. 버스터 포지가 어떻게 실패를 받아들이고 다음 타석을 준비하는지를. 우리 팀의 최고선수가 그리 한다면, 나라고 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?
난 크로포트가 유격수 수비를 보는 것을 지켜봤다. 그는 너무나도 침착했다. 심지어 굉장히 빠른 주자가 달릴 때에도, 그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. 분명히 그 빠른 주자는 송구보다 빨리 들어올 듯했다. 하지만, 눈을 깜빡이고 나면,일루에 공이 있었다, 주자보다 빨리. 마치 마술 같았다. 크로포드가 더 천천히 처리할수록, 플레이는 더 빨리 이루어졌다. ‘절대 서두르지 마라’ - 이 가르침 하나로도 나는 이미 더 나은 선수가 되어있었다.
나에게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 선수는 케이시 맥기히였다.
케이시는 파블로 산도발의 빈자리를 위해 영입되어 주전 3루수로 시즌을 시작했다. 나는 스프링 트레이닝이 끝날 무렵 그의 백업으로 로스터에 들어왔다.
첫 발걸음부터 케이시는 나를 챙겨주었다. 매일 무언가를 가르쳐 줬다. 오늘은 이것, 다음날은 다른 것, 정말 매일 매일 케이시는 나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알려 주었다. 케이시가 경기에 뛰지 않고 그 자리에 내가 나갈 때에도, 그는 벤치에서 나를 도와주었다: 나를 위해 상대팀을 분석해주고, 전략을 알려주고, 상대 타자가 스윙하는 방식을 보고 내 수비 포지션을 조절해 주었다.
케이시의 슬럼프가 시작됐을 때, 내 이름이 라인업에 오르는 날이 많아졌다.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나를 위해 조언과 코칭을 아끼지 않았다.
5월 26일, 우리는 로키스를 상대하기 위해 콜로라도에 있었는데, 케이시가 경기 시작 몇 시간전 내 어깨를 톡톡 치며 나를 불렀다.
“잠깐 할 말이 있어” 그리고 그는 원정팀 클럽하우스의 창고로 나를 데리고 갔다. 문을 닫았을 때, 나는 또 플레이 팁을 알려주거나, 내가 알지 모르는 실수를 알려주는 것이라 생각했다.
그리고 케이시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 것을 보았다.
“Oh, no.” 난 즉각 상황을 알아차렸다.
“방출되는 모양이야” 케이시가 말했다. “이게 니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된다. 넌 니 할 일을 한거야, 최선을 다했던 거지. 아주 잘했어. 절대 죄책감 가지지 마. 넌 잘했으니까. 내가 밀워키에서 루키였을 때, 난 빌 홀의 자리를 꿰찼지. 그리고 한달 동안 죄책감에 시달렸어. 아마 더 오래 그랬을지도.. 난 네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래. 나한테는 중요한 문제야. 단 일초라도 나쁜 감정에 시달릴 필요 없어”
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.
너무나도 놀라운 태도였다. 그는 나에게 진정한 관대함과 이기심없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. 엄청나게 무거워 질 뻔한 내 어깨의 짐들을 내려주었다. 놀랍도록 엄청난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. 나는 죄책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.
내가 처음으로 내 라커를 찾았을 때 헌터 펜스가 나의 긴장감과 공포를 쓸어버렸던 것과 비슷한 – 하지만 몇 배는 더 커다란 규모로. 이 두 가지 사건은 나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전달했다: 우리는 모두 형제들이다. 진정으로 서로를 챙겨주는.
8월 3일, 트리플A에서 12라운드 출신의 루키 켈비 톰린슨이 클럽하우스로 들어왔다. 부상인 조 패닉의 2루를 메우기 위한 콜업이었다.
난 톰린슨이 자신의 라커 앞에서 스카우팅 리포트를 읽고 있는 것을 보았다.
“Hey, 축하한다”. 그를 안아주며 말했다. 우리는 마이너 시절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다.
“We need you,” 나는 말을 이었다. “너는 이제 이 팀의 중요한 일원이야. 경기장에 나가서 네가 항상 플레이했던 그 실력이 우리는 필요하다고.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는 네가 도와줘야 해.”
난 톰린슨에게 상대선수 등의 이름에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.
그리고 위를 쳐다보지 말라고도. - 무슨 일이 있어도, 위를 쳐다보지 마.
그리고 그는 첫날부터 위를 쳐다봤다.
하지만 곧, 우리가 다 그랬듯이, 그는 떨쳐버리고 적응해 나갔다.
9월 14일, 톰린슨의 타율은 .304; 그리고 그는 촤근 만루홈런을 때려냈으며, 적시타 끝내기 안타도 때려내며 카디널스를 이기는데 결정적 활약을 펼친다. 그는 공을 더 많이 보기 시작했으며, 쓸데없는 것들은 덜 보기 시작했다.
내가 한 말들이 영향이 있었을까? 아무 상관 없었을 수도 있다. 하지만 난 그랬다고 믿고 싶다. 그리고 나는 톰린슨이 다음 자이언츠 클럽하우스를 들어오는 루키에게 내가 한 말들을 전해줄 거라고 믿고 싶다 – 자신의 라커룸 앞에서 무릎이 후들거리고 속이 울렁거릴 그 신참에게.
‘위를 쳐다보지마’ 라고 말해주겠지. 대신 앞을 향해 보라고 말이다.
맷 더피 기고
김민구 옮김
from The Players Tribune